코흐는 과감히 미지의 분야에 도전했다. DNA이중나선구조 발견으로 유명한 프랜시스 크릭이 코흐와 함께 의식에 관한 공동연구를 수행했다. 둘의 연구로 인해 심리학, 문학, 철학, 신학의 영역에서만 언급되던 의식은 과학자들의 실험실로 진입했다.
<의식>을 통해 코흐는 자신의 연구성과를 총체적으로 회상한다. 코흐는 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설명하기 위해 물리학을 도입했다. 세포막 안팎의 전하가 변형되는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미분방정식을 풀었다.
당시 생물학계는 이 같은 접근방식을 낯설어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의식을 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의식을 생성하고 촉발하는 시냅스, 뉴런, 회로를 찾아낸 것이 코흐와 크릭의 업적이다.
코흐는 “행동의 대부분이 의식적 접근이 불가능한 무의식적 과정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무의식의 우월성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일상의 의사결정에는 의식, 무의식적 과정이 혼합돼 있고 명제의 추리, 복잡한 조작, 돌발사태에 대한 대응은 시간을 들여 깊게 사고해야만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행동들이기 때문이다.
코흐는 학계에서 ‘낭만적 환원주의자’로 불린다. 수십억 개의 신경세포와 수만 개의 시냅스로 의식을 계량적으로 설명한다는 점에선 ‘환원주의자’이지만, 먼 우주와 인간 내면 깊은 곳에서 세계의 의미를 포착하려 한다는 점에서는 ‘낭만적’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그의 성향은 <의식>의 글쓰기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가톨릭 집안에서 자라났지만 종교적 세계관을 버리고 과학적 세계관을 받아들이는 과정, 전망이 확실치 않은 분야로 뛰어드는 젊은 과학자의 불안감, 장성한 자녀들을 떠나보낸 후 ‘빈 둥지 증후군’을 앓는 중년 과학자의 고독 등 개인적인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음으로써 과학적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도 끌어들인다.
물리학자, 생물학자인 동시에 “존재의 수수께끼를 이해하는 과정을 즐기는 사람”임을 자처하는 저자의 면모가 책 전반에 드러나 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9051941565&code=9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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