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21일 일요일

Ellsworth Huntington의 문명과 기후에 대한 환경결정론적 이해

Ellsworth Huntington의 문명과 기후에 대한 환경결정론적 이해*
최광용
제주대학교 지리교육전공 조교수
1)
19세기 후반 이래 서구를 중심으로 학문계에는 찰스 다윈의 진화론(evolutionary theory)과 서
구 제국주의(imperialism)의 팽배로 인종주의(racism)에 대한 생각들이 널리 논의되고 있었다.
이러한 사상들의 영향 아래 Ellsworth Huntington (1876~1947)은 Ellen Churchill Semple
(1863~1932)과 더불어 20세기 초반 미국 지리학계에서 환경결정론(environmental determinism)의
흐름을 주도했던 대표적인 지리학자였다. 그는 제 1회 미국지리학회 (American Association of
Geographers)에 참가하여 연구 논문을 발표한 제 2세대 초기 현대 미국 지리학자들 중의 한 사
람이기도 하다. 1907년 Yale University의 교수로 임명되기 전에 그는 현대지리학의 창시자에
속하는 독일 지리학자들의 전 세계 지역을 탐험하였듯이 오늘날의 터키와 팔레스타인을 포함하
는 중앙아시아와 우리나라와 일본 등을 포함하는 동아시아 지역을 탐방하고 이 지역들에 대한
다양한 지리적 사실들을 책과 논문들로 남겼다. ‘The Pulse of Asia: A Journey in Central
Asia Illustrating the Geographic Basis of History’ (1907), ‘West of the Pacific’ (1925) 등이
이러한 탐험 내용을 종합하여 그가 남긴 책들이다. 지리학에서 그의 관심 영역은 특히 기후학,
문화지리, 경제지리, 정치지리 등의 다양하였으며, 1930년대 후반 Yale University에서 은퇴 한
이후에도 꾸준히 기후학적 결정론, 경제 발전, 경제지리 등의 주제를 다룬 책들을 저술하였다.
특히 헌팅턴은 기후학의 영역에서 기후 변동 및 변화가 자연선택적으로 문명의 흥망성쇠에 미
치는 영향을 밝히기 위해 나무 나이테를 이용한 고기후(paleoclimatology)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여러 저서들 중 ‘Civilization and Climate’ (1915, 1923, 1924) 과 ‘Mainsprings of Civilization’
(1945)은 후대에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기후 환경결정론 (climatic determinism)’에 대한 그의
주요한 주장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가령, 중 ‘Civilization and Climate’ (1915, 1923, 1924) 에
서 그는 열대 무더운 기후환경에 있는 사람들은 기후 에너지가 적어서 사람들의 경제 활동력이
불리하여 가난하게 되었고 그 결과 문명 발달 수준이 낙후된 반면 온화한 기후 특징을 지닌 북
아메리카 동부지역과 서부유럽은 기후에너지가 높아 고도의 문명을 이룩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서 기후, 경제 등의 통계자료와 전 세계 여러 지역의 지식인들에게서
수집한 설문지 자료를 바탕으로 전 세계의 ‘기후(climate)’, ‘인간 에너지(human energy)’ 및 ‘문
명(civilization)’ 의 분포를 나타내는 지도들을 작성하고 이 세가지 요소들의 지리적 분포가 서
로 밀접하게 관련된 것은 우연히 아님을 주장하였다(지도들 참조). 미국 남서부지역에서 2000년
이상 된 나이테(tree ring)를 조사하여 기후변화가 인류 문명 역사에서 흥망성쇠를 결정한 중요
한 역할을 한 요인임을 주장하였다.
* 이 글은 문화역사지리학회 137회 정기학술세미나를 위해 필자가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지리학자들
중의 한 사람으로서 엘스워스 헌팅턴 (Ellsworth Huntington, 1876~1947)의 학문적 일대기와 최근
(2013년 2월)에 한국지역지리학회에 의해 번역된 그의 책 ‘Civilization and Climate (3rdeds.)’ (1924)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재해석해 본 개인적인 이해임을 사전에 밝혀두기로 한다.
출처: Huntington, E., 1924 (한국지역지리학회 역, 2013), Civilization and
Climate(3rdeds.)
헌팅턴은 직접적이 아니더라고 간접적으로 기후가 전 세계 문명의 분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
는 요인이라고 역설하였다. 그러나 21세기 현대 환경지리학에서는 자연지리 영역에서 생지화학
적 순환(biogeochemical cycle)을 중시하고, 인문지리 영역에서 인간 개개인의 의지력 이외에도
사회적 조직, 기술력, 사회경제 상황 등의 정치지리적 요건들도 인간과 자연의 상관성을 다루고
있는 환경지리학의 중요한 구성요소들로 인식되고 있다. 즉, 외부환경과 인간의 내면과의 관련
성을 획일적인 것이 아니며, 기후 조건 이외에 다양한 문명의 분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있을 수 있다. 가령, 헌팅턴의 논리에 따르면 연중 고온다습한 열대지역이나 찬 북극권 기단의
영향이 탁월한 고위도 지역에서는 진보된 국가들이 나타나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21세기에 접어들어 열대기후의 영향하에 있는 싱가포르 등의 국가는 아시아에서 최근 뛰어
난 발전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핀란드와 같이 고위도 지역에 있는 국가도 전 세계적으로 교육
수준이 매우 높은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즉, 그의 기후 환경결정론적 주장은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며 서로 다른 위도대의 사람들은 오랜 기간 동안 그 지역의 기후에 순응(acclimatization)되
어 있고, 그러한 지역들의 문명의 발달 정도 차이는 물질적인 경관 이외에 인간 사회와 자연의
관계에서 가능주의(possiblism)에 근거를 둔 인간의 의지의 집합체인 사회 내적 조직의 안정도
도 문명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고려될 필요성이 있었다고 평가될 수 있다.
비록 그의 기후 환경결정주의는 지금까지 비판을 받아오고 있지만, 필자의 기후학적 식견으로
판단컨대, ‘Climate and Civilization’ (1915, 1923, 1924) 의 Chapters 4~10 (4장 계절의 영향,
5장 습도와 기온의 효과, 6장 일과 날씨, 7장 건강과 대기, 8장 사망자율, 수분 그리고 변동성,
9장 건강과 날씨, 10장 이상적인 기후)에서의 기후와 인간의 건강과의 관련성에 대한 헌팅턴의
해석은 인체 생리기후학(human bioclimatology) 또는 의학지리학(medical geography)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하였다고 사료된다. 다양한 통계자료를 종합하여 기후조건이 인간의 경제 생산활동이
나 출생과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그의 과학적인 해석은 20세기 후반에 전세계 생리기후
학자들이나 의학지리학자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고온 또는 저온 발생시 기온, 바람, 습도의 상호
작용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에 견주어 뒤지지 않을 정도로 그의 관찰력은 뛰
어났다. 또한 그가 비록 기후 결정론적 입장에서 대부분의 연구 결과물들을 저술하였지만,
‘Climate and Civilization’ (1915, 1923, 1924) 제 3판의 Chapter 18에서는 기후변화만이 유일
한 문명의 흥망성쇠를 가장 중요하게 결정하는 요인이 아닐 수 있음도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지리학 고전중의 하나로 사료된다. 그의 다른 수많은 저술 중
그의 생존 말기에 저술한 “What next in Geography?” (Huntington, E., 1942)라는 제목의 논
문에서 다음과 같은 4가지 사항이 20세기 중반 이후에 지리학에서 이슈가 되어야 한다고 피력
하였다. 이러한 4가지 사항 중 특히 인간의 문화와 문명의 형성에 있어서 정치지리학에 대한
그의 관심은 21세기에 한국 문화역사지리학자들에게도 큰 시사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첫째, 지리학은 인간과 자연이 서로 영향을 주며 항상 함께 고려되는 좀 더 둥근 형태로 회
귀해야 한다. 둘째, 지표 상의 분포가 지리학의 핵심 주제라는 생각에 좀 더 분명한 강조점을
둘 필요가 있다. 셋째, 미래의 지리학은 인간들의 차이점들을 자연자원의 탓으로 돌리게 될
것이다. 즉, 미래의 지리학은 인간의 문화적 상태뿐만 아니라 육체적 심리적 상태는 지리적
환경들에 대한 직간접적으로 대응하여 세계 각 지역마다 어떻게 다른 것인가 라는 문제에 직
면하고 이를 해결하게 될 것이다. 넷째, 정치지리학은 그 영역을 공고히 하게 되어 경제지리
학만큼이나 널리 가르쳐질 것이고 역사학자들은 정치지리학을 이용하게 될 것이다.”
참고자료: Ellsworth Huntington (1876~1947)의 대표적인 저술들
• The Pulse of Asia: A Journey in Central Asia Illustrating the Geographic Basis of
History (1907)
• Palestine and Its Transformation (1911)
• "Changes of Climate and History," American Historical Review, 18(2), 213-232.(1913)
• The Climatic Factor (1914)
• Civilization and Climate (1915, 1923, 1924)
• "Climatic Change and Agricultural Exhaustion as Elements in the Fall of Rom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31(2), 173-208, (1917)
• The Red Man's Continent: A Chronicle of Aboriginal America (1919)
• World-power and Evolution (1919)
• Climatic Changes with Stephen Sargent Visher (1922)
• The Character Of Races (1924)
• West of the Pacific (1925)
• Human Habitat (1927)
• "Agricultural Productivity and Pressure of Population," Annals of the American Academy
of Political and Social Science Vol 198, Present International Tensions 73-92. (1938)
• Principles of Human Geography with S. W. Cushing, 5th ed. (1940)
• "The Geography of Human Productivity," Annals of the Association of American
Geographers, 33(1), 1-31 (1943)
• Mainsprings of Civilization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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